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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5 경향신문][특집]‘지하철최적근무’는 왜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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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산지하철노동조합 작성일16-06-15 13:55 조회6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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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권고안 이미 마련됐지만 이행 미진… 돈 문제 내세우지만 부족한 것은 ‘의지’

2012년 3월 27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도시철도공사(도시철도)를 찾았다. 1층 로비에는 공황장애를 앓다 2012년 3월 12일 교대근무 직후 지하철 5호선 선로로 몸을 던져 숨진 이재민 기관사(당시 43세)의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다. 유가족은 보름째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철도가 “고인의 죽음은 공황장애와 관련이 없다”고 밝히며 책임에 선을 그었기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분향소에서 미망인 등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계신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03년 이후 도시철도 소속 기관사 5명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숨졌지만 시장이 사과하고 책임을 자처한 것은 처음이었다.

철도기관사 자살 끊이질 않아
박 시장의 제안으로 ‘서울시 산하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도시철도 노사 대표와 서울시, 민간 전문가 등 18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듬해 8월 위원회 활동을 마무리하고 개선사항으로 5개 분야에 걸쳐 7개의 권고안을 채택했다. 혼잡구간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2인 승무제’를 실시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시장은 도시철도의 업무 추진에 대한 보고를 받았고, 2014년 8월에는 “권고안 이행이 미진하다”며 재보고를 지시했다.

2016년 4월 9일 도시철도 소속 기관사 중 9번째 자살자가 발생했다. 4년 동안 4명이 더 목숨을 잃는 동안 위원회의 핵심 권고안은 시행되지 않았다. 도시철도 관할 아래 있는 서울지하철 5·6·7·8호선은 여전히 기관사 1명이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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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부터 2016년까지 기관사 9명을 잃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이 도시철도가 서울시 지하철최적환경위원회의 권고사안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며 지하철1호선 시청역 한켠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고 있다./박은하 기자


도시철도 기관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1~4호선을 관할하는 서울메트로 외주업체 소속 안전문 정비노동자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책임을 자임했다. 박 시장은 6월 7일 구의역 사고의 후속대책으로 안전·생명과 직결된 업무의 외주화를 전면 중단하고, 전관채용(메피아)을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산하 자회사를 세워 은성PSD가 맡던 안전문 정비·보수업무를 이관하려는 계획이 사고 전부터 마련돼 있었다. 반응은 냉소적이다. 은성PSD 노동조합이 소속된 민주노총 여성연맹은 “자회사로 간다 해도 인원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2인1조가 될 리 없다”며 “60세 이상 기술 경력자 22명을 해고하고 임금피크제 정규직을 6개월 신규채용한다는 것은 안전대책과는 더욱 배치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기관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안전업무 담당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도시철도는 2014년 2월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 권고안 액션 플랜’을 발표했다. 정신보건 단계별 (치유) 프로그램 개설, 근무평가 및 승진기준 개선, 상급자 조직문화 개선, 실내 공기질 개선 등을 단기간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2인 승무제 시범실시’는 ‘추진 불가’라고 못 박았다. 4조 2교대제 등 근무패턴 변화나 사무소 추가배치 등은 ‘중장기 과제’로 분류했다. 도시철도는 권고안을 실행하는 데 (전동차 개조 등) 초기 투자비용으로 1517억원이, 해마다 (기관사 인건비 등) 810억원이 든다며 “특단의 조치가 없이는 현 공사 경영여건상 추진 불가”라고 밝혔다. 2012년 1988억원이던 당기순손실이 2013년 3010억원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2013년 7034억원이던 채무도 2014년 8065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과 적자 개선은 행정자치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도 중요한 항목이다. 서울메트로도 비슷했다. 서울메트로는 “권고안 이행을 위한 신규투자비 1117억원, 기존사업비 9641억원 등을 포함해 총 1조758억원 및 신규인력 1832명의 충원이 필요하나 공사의 경영여건상 이를 추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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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양 공사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던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2인 승무제를 당장 전면 실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7호선 혼잡구간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추가로 필요한 예산과 인력규모를 확인해서 차근차근 해나가자는 것이었는데, 도시철도는 당장 기관사 인력(927명)이 2배로 느는 것처럼 계산했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의 이행계획 보고서에서 밝힌 1조758억원의 소요예산 중 9641억원은 기존 사업비로, 비용부담을 더 부풀리려는 ‘꼼수’로 읽힐 여지가 있다.

권고안 이행은 ‘돈 안드는 영역’에 집중돼 있었다. 김태훈 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상급자들이 직원들의 병가 제출을 막는 것 같은 억압적인 노무관리분야는 상당히 개선됐지만, 공사는 ‘2인 승무제 시범실시’ 등 큰 비용이 드는 문제는 전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말했다. 힐링센터가 생겨나고 휴가일수가 늘어났지만 인력 충원이 되지 않은 것이 단적인 예다. 인력이 그대로이니 누군가 병가를 내면 동료의 부담이 가중된다. 여전히 현장에서는 병가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업무강도도 줄지 않았다고 김 본부장은 설명했다.

안전과 노동인권과 직결되는 비용절감
도시철도는 탄생 자체가 ‘비용절감’과 관련돼 있다. 1994년 5호선 등 수도권 ‘2기’ 지하철 공사가 시작되면서 기존의 서울메트로(지하철공사)에 맡기지 않고 별도 공사를 세운 것 자체가 공공부문에 복수의 사업자를 두고 ‘경쟁’시켜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였다. 사울메트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분할이라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도시철도는 오세훈 시장 시절 억압적인 퇴출 프로그램 등 혹독한 노무관리 문제로도 악명이 높았다. 김태훈 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지하철이나 역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하철 운행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2분 이상 지체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안전보다는 즉각적인 민원을 더 우선시해 응대하도록 돼 있다. 그러지 못하면 박한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비용절감 문제가 안전과 노동인권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다.

서울시 안에서도 정책방향이 충돌한다. 과거 지하철 최적근무위원회의 권고는 서울시가 매킨지에 용역을 맡겨 나온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과 충돌했다. ‘시정 주요분야 컨설팅’을 보면 도시철도의 경우 2020년 약 3100억원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그 대책으로 기술 활용과 인력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인력을 절감해 부가가치가 높은 신사업 쪽에 배치하고, 외주화 확대를 통한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다. 매킨지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무인운전제(UTO) 도입과 시간대별 탄력적 인력 배치를 제시하고 있어 서울시 최적근무위의 결론과는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공사 입장에서는 ‘서울시’ 보고서의 논리로 ‘서울시’ 산하 위원회의 보고서를 반박할 수 있는 셈이다. 비용절감의 논리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쉽게 극복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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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8일 중앙선 열차 1인승무 시행을 하루 앞두고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1인승무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후 열차 안전 기원제를 열고 있다./정지윤 기자

이런 허점 외에도 문제가 있다. 뒤늦게 안전문제를 신경쓰더라도 예산문제는 서울시나 공공기관 자체 의지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 위로부터 오는 ‘더 큰 압력’이 있기 때문이다. 행정자치부에서 정해준 범주 내에서 인건비를 운용하도록 못 박은 ‘총액인건비제’가 단적인 예다. 기획재정부는 2016년도 총인건비 예산은 2015년도 총인건비 예산의 3.0% 이내에서만 증액하도록 한 지침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발송했다. 무기계약직을 포함한 정규직 1인당 평균 임금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해당 산업 평균 90%, 공공기관 평균 60% 이하)에만 4%로, 1%를 더 추가해 인건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범위를 초과하면 중앙정부로부터 내려오는 교부세가 삭감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 서울메트로 및 자회사 등 지방공기업에는 총액인건비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이 제도는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형성한다. 은성PSD 노동자들이 서울메트로 산하 자회사로 고용승계가 되더라도 대규모 추가고용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산120콜센터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방편을 연구하던 서울시는 내년 1월까지 ‘120서비스재단(가칭)’을 편성해 해당 재단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쪽으로 지난 3월 결론을 내렸다. ‘총액인건비’를 우회해 정규직 노동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서울시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운기 서울시의원(더민주당)은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 관할부처에서는 항상 인건비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공공기관은 ‘인건비’ 대신 ‘사업비’를 들여 별도의 재단이나 자회사를 편성한 뒤 고용하는 방편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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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7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사고 대책발표를 하고 있다./정지윤 기자


본래의 취지 벗어난 ‘총액인건비제’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공공기관이 안전업무 인력을 직접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별도의 재단 등을 통해 정규직화하면 고용문제는 해결될지 몰라도, ‘책임’의 ‘외주화’ 문제가 남는다”며 “사업비로 사실상의 인건비를 집행하면 정확히 인력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관할기관에서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건비’ 핑계로 공공업무의 외주화가 계속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최 간사는 “맥쿼리가 우면산 터널을 관리하거나 광고회사 유진메트로컴이 지하철 안전문 보수업무를 하는 등 책임이 엉뚱한 업체로 분산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총액인건비 제도의 본래 취지는 일정 한도 내에서 부처나 공공기관이 자유롭게 인력 운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정부혁신위 로드맵 과제로 선정돼 2005년 시범운영을 거쳐 2007년 전면 실시됐다. 과거 중앙정부가 모든 인력배치 계획과 예산 계획을 일일이 정해주는 관행에서 벗어나 일선 부서의 자율성을 증대시키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예산을 정해주고 공공기관의 예산운용 현황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일선기관의 실적주의를 부추기고 지방자치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제도 논의 단계에서 언급됐다. ‘공공기관의 비용감축, 효율화’ 역시 총액인건비 제도의 또 하나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현재 공공기관은 총액인건비제도로 (인건비를 지출하지 말도록) 한 번 발목 잡히고, 행정안전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로 사후에 또 압력을 받는 상황”이라며 “공공기관에 책임을 부여하려면 필요한 비용이 드는데, 추가 비용지출을 제도적으로 막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는 마치 사고의 책임이 없는 것처럼 물러서 있다. ‘총을 쏴놓고 방아쇠가 잘못했네’ 하는 격”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6월 3일 “생명안전 업무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이 안전업무 인력을 충원하고 정규직 고용을 늘리려면 ‘총액인건비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개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에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총액인건비제도가 존재하는 한 ‘안전업무 직영화’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높다. 한계를 돌파하려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메피아’ 문제로 관심이 모아지면서 공공기관의 책임과 정책에 관한 논의가 실종되는 것을 경계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준인건비제는 인력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현실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서울시 역시 중앙정부의 기조에 영합하는 측면도 있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총액인건비 적용대상이 아닌데도 인력확충에 소극적이며, 이는 명백한 서울시의 의지문제”라고 말했다.

효율화·비용절감 틀에서 벗어나야
한인임 ‘일과 건강’ 사무처장은 “서울시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지만, 특히 이번 구의역 안전문 사고와 관련해서는 계속 말을 바꾸고 오락가락한다.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무처장은 박 시장이 메피아를 거론한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메피아 자체도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 손쉽게 구조조정을 하려다 보니 ‘임금의 80% 수준을 보장할 테니 (서울시 예산이 안 드는) 외주업체로 가라’고 타협해 생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요하면 공공요금도 올릴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비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공공요금을 소폭 인상하고 비용을 제한하는 중앙정부를 압박할 수 있고, 대기업 지방세를 올리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효율화와 비용절감의 틀에서 벗어나 ‘시민 전체’의 책임으로 만들어나가도록 서울시가 분명히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서울시가 직접 책임을 지려는 모습은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예처럼 서울시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정부로부터의 압력이 있다면 싸워주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박운기 시의원은 “지하철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환경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답은 서울시 지하철최적근무위원회의 권고안에 이미 상당 부분 담겨 있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의 경영진의 한계, 서울시의 수동성, 총액인건비 등의 문제 역시 적극 동의한다”며 “결국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가 ‘선택과 집중’의 우선과제로 내세운 것은 노사민정협의체 설립과 2인 승무제 시범실시다.

지하철 노동인권과 안전문제는 오랜 비용절감의 논리와 제도가 중첩돼 형성됐다.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시장 한 사람의 선의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도시철도 기관사의 자살이 반복된다는 사실에서 드러난다. 핵심을 분명히 직시하고 제대로 된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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